저스틴 사코라는 인물은 2013년 휴가를 떠나며
“아프리카로 간다. 에이즈에 안 걸렸으면 좋겠다. 농담이야. 난 백인이니까.”라는 트윗을 썼다.
목적지에 도착한 저스틴 사코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비행기에 오르면서 쓴 농담 한 줄이 트윗의 파도를 타고 전세계로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저스틴 사코는 전세계 수많은 트위터 사용자와 언론으로부터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몸담고 있던 기업에서 해고당했고, 그동안 누렸던 삶 대부분을 잃어버렸음은 물론이다.
비슷한 일은 국내에서도 매일 일어난다. 주로 유명한 인물이나 연예인이 대상이다.
심지어 전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보통 사람도 트윗 감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공격당해도 싼(?) 트윗이 발견되기만 하면, 사람들은 그게 누구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저잣거리에 내던져진 이름 모를 죄인처럼 목에 칼을 차고 날아오는 돌을 얼굴로 받을 수밖에.
140개도 안 되는 문장 하나가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는 SNS 시대.
아주 작은 흠결마저 확성기를 타고 지구 반대편까지 퍼진다.
‘트윗 해고’는 구글이 만든 웹브라우저 크롬에서 쓸 수 있는 확장 프로그램(앱)이다.
트윗 해고 앱을 크롬 웹브라우저에서 설치하면,
“명심하라: 당신은 해고되기까지 트윗 하나만큼 떨어져 있다”라는 문구를 트위터의 트윗 창에서 볼 수 있다.
트윗 해고 앱의 용도가 무엇인지 묻는 이가 있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트윗을 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해 주는 앱이라고.
한순간의 실언으로 인생을 망치는 것을 방지하도록 도와주는 앱이라고.
싱겁지만, 트윗 해고 앱의 역할은 여기서 끝이다. 사용자가 트윗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기능을 가진 것은 아니다.
앞으로 쓰게 될 트윗이 비난을 받게 될 확률을 계산해주거나 하는 거창한 기능을 품은 것도 아니다.
말하자면, 트윗 해고 앱은 SNS 시대, 타인의 실수에 대중이 쏟아내는 지나친 관심과 비난을 향한 작은 농담일 뿐이다.
영국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으로 국내에서 유명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2011년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그것(SNS) 말고 인생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수백만개가 있다”라며 “이 얼마나 심한 시간의 낭비인가. 차라리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라”라고 말했다. 유명 축구선수 웨인 루니가 트위터에서 경쟁 팀 축구 팬에게 쏟아낸 욕설이 문제가 된 이후 한 발언이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판단은 틀렸다.
트위터를 비롯한 SNS 그 자체는 시간 낭비가 아니다.
SNS에서 벌어지는 의미 없는 ‘조리돌림’이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다. 생각해보자.
우리는 그동안 너무 간편하고 빠르게 다른 사람을 비난해 온 것은 아닌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실수를 너무 쉽게 공격의 명분으로 삼아온 것은 아니었을까.
비난하는 이들에게는 작은 몇 번의 트윗이었을지 몰라도,
비난의 대상이 된 이들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됐을 지도 모를 일이다.
치켜든 비난의 손가락을 거두고, 항상 분노로 가득한 트위터의 타임라인을 좀 식히자.
싱거운 트윗 해고 앱에 담긴 함의가 씁쓸하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블로터글 발췌>